아프리카는 그린란드보다 약 14배 크다 — 유엔이 450여 년 된 세계지도를 바꾸자고 했다

그린란드와 아프리카의 실제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유엔총회가 9월 4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국가들이 주도한 ‘지도 바로잡기(Correct the Map)’ 결의안을 찬성 164표, 반대 1표, 기권 6표로 채택했습니다. 반대한 나라는 미국뿐입니다.
  • 왜 중요?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세계지도는 아프리카를 그린란드와 비슷한 크기로 그리지만, 실제 아프리카는 그린란드의 약 14배입니다. 결의안은 각국 정부와 학교, 국제기구, IT 기업에 면적을 더 정확히 보여 주는 지도를 쓰라고 권고합니다.
  • 핵심 숫자/일정: 찬성 164표, 메르카토르 도법 고안 1569년, 대안으로 제시된 이퀄 어스 도법 개발 2018년.

무슨 일이 있었나

결의안은 토고가 유엔 아프리카그룹을 대표해 제출했고 아프리카연합(AU)이 지지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각국 정부와 학교, 국제기구,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지금 널리 쓰이는 ‘메르카토르 도법’ 대신 대륙별 상대 면적을 실제에 가깝게 보여 주는 ‘이퀄 어스(Equal Earth)’ 같은 지도를 쓰도록 권하는 것입니다. AP통신은 13일 이 결의안 채택 소식을 전했습니다.

표결에 앞서 토고 외무장관은 이것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정한 세계는 공정한 지도에서 시작한다며, 지도가 사람과 대륙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인식을 만든다고도 말했습니다. 아프리카가 특별한 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 크기대로 보여 달라는 것뿐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결의안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메르카토르 도법 사용을 금지하거나 이퀄 어스를 의무로 쓰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항공과 해상 항법에서는 지금처럼 메르카토르 도법을 계속 쓸 수 있습니다.

토고는 올해 말까지 자국 학교 지리 교과서의 지도를 바꾸고, 앞으로 6개월 동안 국제기구와 지도·위성항법(GPS) 관련 기술 기업을 상대로 새 지도 사용을 확산시킬 계획입니다. AU와 토고는 학교 교재와 언론, 디지털 지도 서비스를 중심으로 새 지도를 넓혀 간다는 방침입니다.

움직임에 동참한 나라도 있습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자국 외무부에서 더는 메르카토르 도법을 쓰지 않고, 실제 면적을 더 정확하게 나타내는 ‘에케르트 4(Eckert IV)’ 도법을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일하게 반대한 미국은 이번 결의가 유엔 본래의 역할과 관계없는 이념적 의제라는 입장입니다. 주유엔 미국대표부 관계자는 16세기 지도 투영법을 논의하는 것은 유엔총회의 목적에 맞지 않으며, 유엔은 국제 평화와 번영 같은 실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반대표를 트럼프 행정부가 역사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에 반대해 온 기조의 연장선으로 분석했습니다.

숫자로 보는 지도 바로잡기

항목 내용
결의안 채택 2026년 9월 4일(현지시간)
표결 결과 찬성 164, 반대 1(미국), 기권 6
제출 토고(유엔 아프리카그룹 대표), AU 지지
메르카토르 도법 1569년 항해용으로 고안
이퀄 어스 도법 2018년 국제 지도학자들이 개발
아프리카 실제 면적 그린란드의 약 14배
AU의 이퀄 어스 채택 올해 2월, 54개 회원국
법적 구속력 없음(권고)

두 도법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구분 메르카토르 도법 이퀄 어스 도법
만든 목적 항해(방향을 정확히 표시) 대륙 간 면적 비교
강점 방향·각도가 정확함 대륙의 상대적 크기를 실제에 가깝게 유지
약점 적도에서 멀수록 면적이 크게 부풀려짐 일부 지역의 모양과 방향이 왜곡됨

배경 — 지도는 왜 아프리카를 작게 그렸나

메르카토르 도법은 16세기 지도 제작자 메르카토르가 1569년에 만들었습니다. 원래 목적은 세계의 실제 면적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대항해시대 선원들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둥근 지구를 평면에 옮기면서 방향 관계를 정확히 유지하도록 설계해 항해에는 매우 유용했습니다.

대신 치명적인 약점이 생겼습니다.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땅이 실제보다 크게 그려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북극에 가까운 그린란드와 북미·유럽·러시아는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이고, 적도를 가로지르는 아프리카와 남미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프리카와 그린란드입니다. 메르카토르 지도에서는 둘이 비슷한 크기처럼 보이지만, 실제 아프리카는 그린란드의 약 14배입니다. 미국·중국·인도·일본·멕시코와 유럽 대부분을 아프리카 안에 넣어도 땅이 남을 정도입니다. 지도에서 프랑스와 크기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 인도도 실제로는 훨씬 넓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문제를 유엔까지 가져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AU는 올해 메르카토르 도법이 아프리카의 실제 크기를 왜곡해 세계의 인식에 영향을 주고, 아프리카의 경제적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정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토고에 ‘지도 바로잡기’ 캠페인을 국제사회에서 이끄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변화는 이미 조금씩 진행 중이었습니다. 세계은행은 정적인 지도에 이퀄 어스 같은 대체 도법을 쓰고 있고, 웹 지도에서도 메르카토르 방식을 단계적으로 줄여 왔습니다. 구글 지도도 2018년 데스크톱에서 지구를 둥근 구체로 보여 주는 3차원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다만 완벽한 지도는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둥근 지구를 평면에 완벽하게 옮기는 것은 불가능해서, 어떤 도법을 쓰든 면적·각도·거리·방향 가운데 일부는 왜곡됩니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틀린 지도라기보다 방향을 중시한 지도이고, 이퀄 어스는 면적 비교를 중시한 지도입니다. 결국 어떤 목적으로 세계를 보여 줄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학생과 학부모: 이번 결의안에는 구속력이 없어 각국이 당장 교과서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교과서나 국내 지도 서비스를 바꾸겠다는 발표는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계지도를 볼 때 위도가 높은 곳일수록 실제보다 크게 그려져 있다는 점을 알고 보면 대륙의 크기를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도 앱을 자주 쓰는 사람: 길 찾기처럼 방향이 중요한 용도에서는 메르카토르 방식이 여전히 쓸모 있습니다. 나라나 대륙의 크기를 비교하고 싶다면 면적 보존형 지도나 지구를 구체로 보여 주는 3차원 지도를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국제 뉴스를 챙겨 보는 사람: 지도 한 장을 두고 164개국이 찬성하고 미국이 홀로 반대한 이번 표결은, 지도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메르카토르 지도는 틀린 지도인가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항해에 필요한 방향과 각도를 정확히 나타내려고 만든 지도라, 그 대가로 고위도 지역의 면적이 부풀려졌을 뿐입니다. 쓰는 목적에 따라 장단점이 있습니다.

Q. 이제 세계지도가 모두 바뀌나요?
결의안은 권고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항공·해상 항법에서는 메르카토르 도법을 계속 쓸 수 있고, 새 지도를 쓸지는 각국 정부와 기관, 기업이 정합니다.

Q. 미국은 왜 반대했나요?
미국은 이 결의가 유엔 본래의 역할과 관계없는 이념적 의제이며, 유엔은 평화와 번영 같은 실질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 토고가 6개월 동안 벌이는 캠페인에 국제기구와 지도·GPS 기업이 얼마나 호응할지.
  • 프랑스 외무부처럼 정부 기관 차원에서 지도를 바꾸는 나라가 늘어날지.
  • 학교 교과서에 새 지도를 싣는 나라가 토고 외에도 나올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