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가 뭐야, 핵심부터 말해 — 챗GPT를 쓰다 보니 사람 말투가 AI를 닮아 간다

AI 말투를 닮아 가는 직장인 대화를 나타낸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람들이 챗GPT와 클로드 등 생성형 AI를 일상적으로 쓰면서 말투까지 AI를 닮아 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LLM 말투’, ‘클로드 말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왜 중요? 회의, 이메일, 슬랙, 문자메시지에서 AI가 즐겨 쓰는 표현과 문장 구조가 퍼지고 있습니다. 말이 효율적으로 바뀌는 만큼 개성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함께 나옵니다.
  • 핵심 사례: “이것은 아침 회의가 아닙니다. 이것은 리셋입니다” 같은 대조 화법, “왜 글머리 기호 없음?” 같은 동굴인 말투, AI식 표현을 쓰면 벌칙을 주는 ‘프롬프트 말투 저금통’.

무슨 일이 있었나

한 스웨덴 벤처캐피털 직원은 업무 회의 중 자신이 AI 챗봇처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아침 회의가 아닙니다. 이것은 리셋입니다.” ‘이것이 아니라 저것이다’라는 식으로 대조해 강조하는 챗봇 특유의 화법을 자기도 모르게 쓴 것입니다.

WSJ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한 사람의 일화가 아닙니다. 말이 이전보다 짧고 강해졌고, 상대방에게 “훌륭하다”, “정말 똑똑하다” 같은 칭찬도 자주 건넨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답변 방식과 닮았습니다.

퍼지고 있는 AI 말투

유형 예시 닮은 대상
대조 강조 “이것은 A가 아닙니다. B입니다” 챗봇의 답변 화법
과한 호응 “훌륭하다”, “정말 똑똑하다” LLM의 칭찬 습관
동굴인 말투 “왜 글머리 기호 없음?” 사람이 AI에 내리는 명령어
목표 선행 “목표가 무엇인가요?” 좋은 프롬프트 작성법
정형 문장 격식을 갖춘 이메일·슬랙 AI가 쓴 듯한 글

AI에게 하던 말을 사람에게

두 방향의 영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AI의 답변을 닮는 것, 다른 하나는 AI에게 명령할 때 쓰는 ‘프롬프트 말투’가 사람에게 향하는 것입니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AI 자문인 앨리 K. 밀러는 창업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최소한의 단어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이른바 ‘동굴인 말투’가 유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왜 글머리 기호 없음?”처럼 AI에 명령하듯 사람에게 말하는 식입니다.

회의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LLM이 처음부터 명확한 목표를 줬을 때 좋은 답변을 내놓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동료에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합니다. 밀러는 회의에서 누군가 말을 길게 늘어놓으면 “목표가 무엇인가요?”라고 끊어 묻는 일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회의가 빨라지고, 회의 내용을 기록하는 AI가 더 정확한 요약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직접 썼는데 AI 같다

AI를 쓰지 않고 직접 쓴 글조차 AI가 쓴 것처럼 보이는 일도 생깁니다. 미국 베이 지역 스타트업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윌 바넷은 자신의 이메일과 슬랙 메시지가 갈수록 격식을 갖춘 정형화된 문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직접 쓴 글을 다시 읽으며 AI가 쓴 것처럼 보이는 표현을 일부러 지우기도 합니다. 바넷은 “AI가 나를 자기처럼 만들도록 학습시킨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벌칙을 주는 회사도 있다

의식적으로 피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AI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디판 메타는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직원이 AI 같은 표현을 쓸 때마다 표시를 남기는 ‘프롬프트 말투 저금통’을 만들었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결정적 증거’, ‘X는 새로운 Y다’ 같은 표현이 대상입니다. 한 주 동안 가장 많이 적발된 직원이 회식비를 냅니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는 시각

워싱턴DC에서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보히기언 CEO는 AI가 쓰는 표현 상당수가 경영 컨설턴트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 오래전부터 써 온 화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분석가처럼 생각하라’, ‘이 아이디어를 공격적으로 검증해 보자’ 같은 표현입니다. 과거 일부 전문가만 쓰던 ‘결론부터 말하자’ 같은 표현이 AI 시대에 더 넓게 통용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AI가 새 말투를 발명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전문직 화법을 모두에게 퍼뜨린 셈입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AI를 매일 쓰는 직장인이라면 자기 이메일과 메신저를 한번 다시 읽어 볼 만합니다. 대조 강조, 세 가지로 정리하기, 과한 형용사가 늘었다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회의를 주관한다면 ‘목표부터 말하기’는 회의 속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됐습니다. 다만 그 말투가 상대에게 명령처럼 들릴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부분입니다.

글이나 말로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20년간 홍보 분야에서 일한 엔젤라 닙스의 관찰이 참고가 됩니다. 창업자들에게 창업 계기를 물으면 개인적인 일화 대신 ‘세 가지 핵심 축’, ‘시장 기회’, ‘경쟁 우위’처럼 AI가 정리한 듯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닙스는 “모두가 세련되게 다듬어진 말을 한다”며 “하지만 그 누구의 말도 특별히 흥미롭게 들리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LM 말투가 정확히 뭔가요?
A. 대규모언어모델이 자주 쓰는 표현과 문장 구조를 사람이 따라 쓰는 현상을 부르는 말입니다. 기사에서는 ‘클로드 말투’라는 표현도 함께 소개됐습니다.

Q. 나쁜 건가요?
A. 기사는 양면을 전합니다. 회의가 빨라지고 요약이 정확해지는 효율이 있는 반면, 개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Q. 한국에서도 그런가요?
A. 이번 보도는 미국과 유럽 사례를 다뤘습니다. 한국 사례는 기사에 없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첫째, AI 말투를 걸러내려는 움직임이 채용이나 평가 현장으로 번지는지입니다. 둘째, AI 모델의 화법 자체가 바뀌면 사람 말투도 따라 바뀌는지입니다. 셋째, 한국어에서 같은 현상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