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까지 열린 주식시장 첫날 — 30% 뛰었다가 22% 빠진 종목이 나왔다

퇴근 후 주식거래 첫날을 표현한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한국거래소(KRX)가 14일부터 정규장이 끝난 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코스피·코스닥 종목을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 왜 중요? 퇴근 후에도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됐지만, 첫날부터 주문이 적은 종목의 가격이 짧은 시간에 크게 오르내렸고 일부 증권사에서는 전산 장애도 발생했습니다.
  • 핵심 숫자/일정: 첫날 거래대금 1조8177억원, 개인 비중 93%, 변동성 완화장치(VI) 발동 1637회(정규장 400회), 거래 가능 종목 2459개.

무슨 일이 있었나

지금까지 한국거래소에서 정규장이 끝난 뒤 주식을 거래하려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열리는 ‘시간외 단일가매매’를 이용해야 했습니다. 이 방식은 10분 동안 들어온 주문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합니다. 원하는 순간에 바로 사고팔기는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거래소는 14일부터 이 시간외 단일가매매를 없애고 ‘애프터마켓’을 새로 열었습니다.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4시간 동안, 사려는 가격과 팔려는 가격이 맞으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거래가 이뤄지는 접속매매 방식입니다. 낮 시간 정규장과 같은 방식으로 저녁 8시까지 거래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첫날 거래 규모는 작지 않았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프터마켓 4시간 동안의 거래대금은 1조8177억원, 거래량은 7224만주였습니다. 코스피가 약 1조3000억원, 코스닥이 4924억원입니다. 같은 날 거래소 전체 거래대금 27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6.6%에 해당합니다.

늦은 시간일수록 거래가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오후 45시의 거래 비중은 19.6%였지만, 마지막 한 시간인 78시에는 30.7%로 가장 높았습니다. 퇴근 뒤 시간대에 주문이 몰렸다는 뜻입니다.

거래의 주인공은 개인이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전체 거래의 93%를 차지했고 외국인은 3.9%, 기관은 2.1%에 그쳤습니다. 개인은 537억원어치를 더 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80억원, 63억원어치를 더 팔았습니다.

문제는 가격의 흔들림이었습니다. 주가가 짧은 시간에 급하게 움직일 때 잠시 냉각 시간을 두는 변동성 완화장치(VI)가 이날 애프터마켓에서만 1637번 발동됐습니다. 같은 날 정규장의 400번보다 4배 넘게 많습니다. 코스닥의 한 중소형주는 오후 4시 9분쯤 애프터마켓 시가보다 29.9% 오른 3150원까지 뛰었다가, 오후 7시 50분에는 2435원까지 내려왔습니다. 고점과 비교하면 22% 넘게 빠진 것입니다. 이 밖에도 가격 변동 폭이 20%를 넘는 종목이 여럿 나왔습니다. 거래소는 개장 초기라 참여자가 충분하지 않아, 적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산 문제도 있었습니다. 같은 날 아침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프리마켓(오전 8시~8시 50분)에서 미래에셋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거래시스템(MTS) 체결 조회가 일부 늦어졌고, 삼성증권에서는 취소 주문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두 증권사는 주문을 가장 유리한 시장으로 자동으로 나눠 보내는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으로 넥스트레이드의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SOR이 적용되는 시간이 오후 3시 30분에서 8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넥스트레이드는 업데이트 과정에서 일부 프로그램끼리 예상치 못한 충돌이 있었다며 15일부터는 정상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증권은 고객들에게 취소되지 않은 주문이 있으면 다시 취소해 달라고 안내했고, 미래에셋증권은 보상 검토를 원하는 고객의 신청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숫자로 보는 애프터마켓 첫날

항목 수치
운영 시간 오후 4시~8시(접속매매)
거래대금 1조8177억원(코스피 약 1조3000억원, 코스닥 4924억원)
거래량 7224만주
전체 거래대금 대비 6.6%
투자자 비중 개인 93%, 외국인 3.9%, 기관 2.1%
VI 발동 1637회(같은 날 정규장 400회)
거래 가능 종목 2459개(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 606개)

시간대별 거래 비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대 거래 비중
오후 4~5시 19.6%
오후 5~6시 25.5%
오후 6~7시 24.2%
오후 7~8시 30.7%

배경 — 거래소는 왜 저녁 장을 열었나

사실 퇴근 후 주식 거래가 처음 생긴 것은 아닙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는 이미 오후 3시 40분부터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운영해 왔습니다. 다만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이 600여 개로 제한돼 있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은 관리종목·정리매매 종목과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 등 일부를 빼면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대부분을 대상으로 합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시장 변동성과 운용사의 가격 관리 부담을 고려해 거래 대상에서 뺐습니다.

거래소가 밝힌 도입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장 마감 뒤에 나오는 국내외 소식을 주가에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고, 투자자가 보유 종목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으며, 시차 때문에 거래가 어려웠던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12월에는 나스닥 등 미국 주요 거래소가 하루 23시간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해외 거래소와의 경쟁에 대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제 오후 4시부터 8시까지는 두 거래소가 같은 투자자의 주문을 두고 경쟁합니다. 한국거래소는 거래할 수 있는 종목 수를, 넥스트레이드는 먼저 확보한 거래량과 증권사에 부과하는 매매체결 수수료가 한국거래소보다 20~40% 낮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정규장 개장 전에 열리는 프리마켓은 여전히 넥스트레이드만 운영합니다.

두 시장에서 모두 거래되는 종목은 투자자가 시장을 직접 지정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가격과 체결 가능성, 비용을 비교해 유리한 쪽으로 주문을 보냅니다. 호가가 두텁게 쌓인 시장으로 주문이 더 모이는 구조여서, 초반에 거래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두 거래소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낮에 주식 앱을 켜기 어려운 직장인: 퇴근길이나 저녁 시간에도 실시간으로 주문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예전처럼 10분 단위로 모아서 체결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중소형주에 저녁 주문을 내려는 투자자: 첫날처럼 참여자가 적은 시간대에는 사고팔려는 호가가 드문드문해, 적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튈 수 있습니다. 첫날 1637번이나 발동된 VI가 그 흔적입니다. 주문을 내기 전에 해당 종목의 호가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주문 결과를 꼼꼼히 챙겨야 하는 사람: 첫날 일부 증권사에서 체결 조회 지연과 취소 미처리가 있었습니다. 거래 시간이 늘어난 초기에는 주문을 낸 뒤 체결·취소 내역이 실제로 반영됐는지 앱에서 한 번 더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든 종목을 밤 8시까지 거래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관리종목·정리매매 종목, 투자경고·투자위험 종목은 제외되고 ETF와 ETN도 거래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의 대상 종목은 2459개입니다.

Q. 예전의 시간외 단일가매매는 그대로 있나요?
한국거래소는 14일부터 오후 46시 시간외 단일가매매를 폐지하고, 그 자리를 오후 48시 애프터마켓으로 바꿨습니다.

Q. 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넥스트레이드는 오후 3시 40분에 먼저 열고 수수료가 낮은 대신 거래 종목이 606개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오후 4시에 열고 종목이 2459개입니다. 두 시장이 겹치는 시간에는 증권사의 최선주문집행 시스템이 주문을 나눠 보냅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 참여자가 늘면서 첫날처럼 큰 가격 출렁임이 줄어드는지.
  • 오후 4~8시 거래대금이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어느 쪽으로 더 모이는지.
  • 증권사 주문 시스템이 늘어난 거래 시간에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 12월 미국 주요 거래소의 23시간 거래 시작 이후 국내 거래 시간 논의가 이어지는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