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 뒤 150일은 OTT 금지 — 5차 회의까지 갔지만 합의는 없었다

극장과 OTT 사이의 공개 시차를 둘러싼 논쟁을 표현한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 온 ‘홀드백’ 자율협약 제도가 기약 없이 미뤄졌습니다. 지난달 27일 5차 회의도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 왜 중요?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뒤 OTT나 IPTV에 공개되기까지 일정 기간을 두자는 제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침체가 심해지자 정부가 영화 생태계 보호를 위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 핵심 숫자/일정: 초안의 기본 홀드백 기간은 개봉일로부터 150일. 민관협의체는 5월 29일 출범해 22명이 참여했고 8월 중 마무리가 목표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홀드백(Holdback)은 극장 개봉과 다른 플랫폼 공개 사이에 시차를 두는 제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개봉 직후 OTT로 향하는 작품이 늘자, 정부가 관객의 극장 이탈을 막고 영화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5월 29일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과 제작·배급사, OTT, IPTV 관계자 등 22명이 참여하는 ‘한국 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출범시키고 8월 중으로 논의를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관계사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마지막 회의였던 지난달 27일 5차 회의도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습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최근 사례가 보여줍니다.

영화 개봉일 OTT 공개까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2025년 12월 25일 42일
휴민트 2026년 2월 11일 49일
와일드 씽 2026년 6월 3일 58일

초안에 무엇이 담겼나

동아일보가 입수한 문체부의 자율협약 초안과 민관협의체 비공개 회의록에 따르면, 핵심은 ‘150일 홀드백 기간 신설’과 ‘작품별 예외 조항’으로 요약됩니다.

① 기본 홀드백 기간은 150일

적용 대상은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입니다. 극장 개봉일로부터 SVOD(구독형 VOD) 개시일까지의 기간을 150일로 둡니다. 1월 1일 개봉한 영화라면 5월 31일까지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에서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협약은 SVOD 공개만 제한하고 TVOD(건당 결제 VOD)에는 홀드백을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TVOD에는 지니TV 같은 IPTV와 쿠팡플레이 같은 OTT도 포함됩니다. 최신 영화를 개별 구매로 보는 서비스는 협약이 시행되더라도 계속 허용되는 셈입니다.

② 예외 1 — 개봉 전 선구매 또는 선투자

SVOD 사업자가 극장 개봉 전 순제작비의 40% 이상을 투자하거나 그 금액으로 판권을 구매한 경우 홀드백을 100일로 단축합니다. 기여도를 인정한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홀드백 대상이 국내 극장 개봉작이므로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OTT 오리지널 영화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③ 예외 2 — 독립·예술영화

영화진흥위원회가 인정하는 독립·예술영화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독립·예술영화는 홀드백 논의 때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분야로 지목돼 왔습니다. 극장 상영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쉽지 않고, 개봉 스크린 수도 적고 상영 기간도 짧기 때문입니다. OTT나 IPTV로의 빠른 전환이 관건인데 홀드백에 묶이면 수익 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④ 예외 3 — 기존 계약 완료 영화

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SVOD 공급 계약이 완료된 영화는 제외합니다.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해당 계약을 갱신하거나 연장할 때는 협약을 적용합니다.

숫자로 보는 협의 경과

항목 내용
민관협의체 출범 2026년 5월 29일
참여 인원 22명(극장·제작배급사·OTT·IPTV 등)
목표 시한 2026년 8월 중
마지막 회의 2026년 8월 27일 5차 회의, 성과 없이 종료
기본 홀드백 150일
선투자 시 단축 100일(순제작비 40% 이상 투자·구매)
적용 제외 독립·예술영화, 기존 계약 완료작, TVOD

배경 — 왜 합의가 안 되나

셈법이 서로 다릅니다.

극장 입장에서는 개봉 두 달 만에 집에서 볼 수 있다면 굳이 극장에 갈 이유가 줄어듭니다. 홀드백이 길수록 유리합니다.

제작사·배급사는 갈립니다. 극장에서 장기 흥행이 가능한 대작이라면 홀드백이 문제되지 않지만, 극장 성적이 부진할 경우 OTT 판권이 손실을 메우는 수단입니다. 빨리 넘길 수 있어야 위험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OTT는 신작을 빨리 확보할수록 구독자 유지에 유리합니다. 홀드백은 곧 콘텐츠 확보 지연입니다.

독립·예술영화 진영은 존폐가 걸린 문제로 봅니다. 그래서 초안에서 아예 적용 제외로 빠졌습니다.

이 제도가 ‘자율협약’ 형태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가 스스로 약속하는 방식이므로, 주요 사업자가 동의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습니다. 한 곳이라도 빠지면 그쪽으로 작품이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영화를 OTT로 기다리는 사람: 협약이 무산된 현 상태에서는 지금처럼 개봉 두 달 안팎에 OTT로 넘어오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협약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습니다.

극장을 자주 찾는 사람: 홀드백이 도입되면 신작을 보려면 극장에 가야 하는 구조가 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줄어드는 면과, 극장이 유지돼야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면이 함께 있습니다.

독립·예술영화 관객: 초안에서 독립·예술영화는 제외 대상이었습니다. 협약이 도입되더라도 이 작품들은 지금처럼 빠르게 OTT에서 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영화계 종사자: 5차 회의까지 가고도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관계 조정이 자율협약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향후 법제화 논의로 넘어갈지가 관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50일이면 5개월인데 너무 긴 것 아닌가요?
초안의 기본 기간입니다. SVOD 사업자가 순제작비의 40% 이상을 투자하면 100일로 줄어들고, 독립·예술영화는 아예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쿠팡플레이에서 최신작을 개별 구매로 보는 건 막히나요?
아닙니다. 초안은 SVOD(구독형)만 제한하고 TVOD(건당 결제)에는 홀드백을 두지 않았습니다.

Q. 이미 넷플릭스와 계약한 영화는요?
협약 체결 이전 계약이 완료된 작품은 제외됩니다. 다만 그 계약을 갱신하거나 연장할 때는 협약이 적용됩니다.

Q. 강제성이 있나요?
없습니다. 자율협약이라 주요 사업자가 동의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 민관협의체가 재개되는지, 아니면 논의 자체가 중단되는지.
  • 자율협약이 아닌 법제화로 방향이 바뀌는지.
  • 150일이라는 기본 기간이 조정될 여지가 있는지.
  • 개봉 후 OTT 공개까지의 실제 기간이 계속 짧아지는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