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던 동남극에 해수면 3~4m어치 얼음이 흔들린다 — 150km 안에 배도 못 간 윌크스 분지

동남극 윌크스 분지 빙상 붕괴 위험을 나타낸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극지연구소 이원상 책임연구원 등이 참여한 13개국 전문가 39명의 공동 분석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실렸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동남극에서도 서남극에 버금가는 빙상 붕괴 위험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 왜 중요? 연구진이 주목한 윌크스 빙저 분지의 얼음이 전부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3~4m 오릅니다. 그런데 두꺼운 해빙 때문에 쿡 빙붕 150km 이내로 연구선이 접근한 적조차 없어 기본 수심 자료도 없습니다.
  • 핵심 숫자/일정: 해수면 상승 잠재력 34m, 쿡 빙하 이동 속도 연 650m→1200m 이상, 지반선 후퇴 연 약 400m, 한국 쇄빙연구선 탐사 20282029년·2030~2031년.

무슨 일이 있었나

극지연구소는 10월 1일 이 공동 분석 결과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게재됐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곳은 동남극 조지 5세 랜드 일대의 ‘윌크스 빙저 분지(Wilkes Subglacial Basin)’입니다. 이곳은 빙상 아래 기반암이 해수면보다 낮고 내륙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구조입니다. 바다와 맞닿은 빙하가 후퇴해 일정 지점을 넘으면 후퇴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해양 빙상 불안정’이 발생하기 쉬운 지형입니다.

쉽게 말해 그릇 모양의 땅 위에 얼음이 얹혀 있는데, 그릇 가장자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안쪽으로 갈수록 바닥이 더 깊어 얼음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숫자로 보는 윌크스 분지

항목 내용
해수면 상승 잠재력 전부 녹을 경우 3~4m
쿡 빙하 상류 이동 속도 연 650m → 1200m 이상(약 2배)
메르츠·쿡 빙하 지반선 후퇴 1996년 이후 연 약 400m
급격한 후퇴 임계 지점 쿡 빙하 지반선이 내륙 약 70km 기반암 고지대를 넘을 때
연구선 접근 기록 쿡 빙붕 150km 이내 없음
공동 분석 참여 13개국 전문가 39명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실제 변화는 관측되고 있습니다. 쿡 빙붕 서쪽 부분이 붕괴한 뒤 상류 빙하 말단의 이동 속도는 연간 650m에서 1200m 이상으로 약 두 배 빨라졌습니다. 1996년 이후 메르츠 빙하와 쿡 빙하 일부에서는 빙하가 바닥에서 떨어져 물에 뜨기 시작하는 경계인 ‘지반선’이 연간 약 400m씩 후퇴하고 있습니다.

예측 모델들은 쿡 빙하의 지반선이 내륙 약 70km 지점의 기반암 고지대를 넘으면 급격한 후퇴가 일어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문제는 그 시기와 규모에 대한 모델별 예측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관측이 없다

차이가 큰 이유는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해빙 탓에 지금까지 쿡 빙붕 150km 이내로 연구선이 접근한 적조차 없어, 기본적인 해저 수심 자료도 거의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관측 공백이 윌크스 분지의 미래와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빙붕 아래를 직접 탐사할 자율무인잠수정(AUV), 항공 레이더, 빙저 시추 등을 활용한 국제 공동 관측을 제안했습니다. 2032~2033년 예정된 제5차 국제극지의 해(IPY-5)를 대규모 공동 관측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직접 나섭니다. 이원상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에서 수행한 열수 시추와 현장 관측 경험을 바탕으로, 20282029년과 20302031년 남극 하계 시즌에 쇄빙연구선으로 쿡 빙붕 해역을 탐사할 계획입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한국 연안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원상 책임연구원은 윌크스 분지를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남극 빙상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남극 얼음이 녹으면 지구 전체 해수면이 오르고,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시간 척도를 볼 때는 이번 연구가 ‘언제’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급격한 후퇴 가능성은 제시됐지만 발생 시기와 규모는 모델마다 다르며, 그 차이를 줄이려면 2028년 이후 현장 관측이 필요합니다.

기후 정책 측면에서는 서남극에 집중됐던 관심이 동남극으로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메시지입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동남극이 비교적 안정적인 곳으로 여겨져 왔지만 그 인식을 다시 살펴봐야 할 근거를 이번 연구가 보여 준다고 말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3~4m가 당장 오른다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윌크스 분지의 얼음이 ‘전부’ 녹을 경우의 잠재력입니다. 연구는 급격한 후퇴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Q. 지반선이 뭔가요?
A. 빙하가 바닥 암반에서 떨어져 바닷물 위에 뜨기 시작하는 경계선입니다. 이 선이 내륙으로 후퇴한다는 것은 땅에 붙어 있던 얼음이 점점 바다에 떠서 불안정해진다는 뜻입니다.

Q. 왜 지금까지 관측을 못 했나요?
A. 두꺼운 해빙 때문에 연구선이 쿡 빙붕 150km 이내로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2028년부터 쇄빙연구선으로 탐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첫째, 20282029년 한국 쇄빙연구선의 첫 쿡 빙붕 해역 탐사에서 해저 수심 자료가 확보되는지입니다. 둘째, 쿡 빙하 지반선이 내륙 70km 임계 지점에 얼마나 가까워지는지입니다. 셋째, 20322033년 제5차 국제극지의 해에 동남극 공동 관측이 실제로 조직되는지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