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인데 부당해고? MBC 기상캐스터 판정이 던진 질문

기상캐스터부당해고판정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8월 24일, MBC 기상캐스터로 일했던 최아리 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습니다. 계약서는 ‘프리랜서’였지만 실질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였다는 판단입니다.
  • 왜 중요? 고용노동부는 앞서 고(故) 오요안나 캐스터 사건 특별근로감독에서 기상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직군을 두고 국가기관 간 정반대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 파급력: 방송사에는 아나운서·작가·PD 등 프리랜서 계약 인력이 광범위하게 존재합니다. 이번 판정 논리가 확산되면 방송업계 고용 구조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7년 5개월, 8번의 계약, 그리고 통보 없는 종료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경과는 이렇습니다.

  • 2018년 9월 — 최 씨, MBC와 ‘프리랜서 출연계약’을 맺고 기상캐스터로 입사. 이후 연 단위로 8차례 계약을 갱신하며 근무.
  • 지난해 초 —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호소하며 숨진 사실이 공론화.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 실시.
  • 지난해 9월 —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방침 발표. 소속 캐스터들과 순차적으로 계약 종료.
  • 올해 2월 — 최 씨의 계약이 사실상 종료. 최 씨 측은 “기간만료 통지도, 해고 통지도, 어떤 서면도 없이 방송 스케줄을 배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끝냈다”고 주장.
  • 올해 4월 — 최 씨, 부당해고 구제신청 제기.
  • 8월 24일 — 서울지노위, 구제신청 인용. 최 씨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

쟁점 — ‘프리랜서’라는 이름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본다

노동법에서 노동자성 판단의 핵심 원칙은 계약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입니다.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으로 일했다면, 계약서에 뭐라고 쓰여 있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봅니다.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기준입니다.

최 씨 측이 제출한 증거는 이 ‘실질’을 보여주는 것들이었습니다.

  • 일상적 지시·질책 — 기상팀장과 나눈 업무 대화록에는 “왜 팀장 결정 안 듣나”, “컨펌 안 했는데 왜 또 그렇게 했나”, “팀이 운영되는 방식이 있으니 따라달라”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 사전 지휘 — 뉴스데스크 제작회의에 참석했고, 방송에서 쓸 단어, 화면·CG 구성, 마무리 멘트 워딩까지 원고 작성 전 회의에서 정해졌다는 주장입니다.
  • 복무 통제 — 짧은 치마·요가복 착용 금지, 개인 SNS 사진에 대한 지적, 유튜브 촬영에서의 멘트·분장·노래 지정 등도 증거로 제출됐습니다.
  • 거부할 수 없는 업무 배정 — 2023년 11월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출근해 스튜디오 출연을 문의하자 “중계차는 편집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 거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MBC는 이에 대해 해당 지시들이 “방송 제작에 수반되는 협업·품질관리”라고 반박했고, 판정 후에는 “노동청 특별근로감독 결과와 정반대여서 노무관리에 혼란을 주고 있다. 판정서를 받아본 뒤 대응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기관마다 판단이 다른가

고용노동부(특별근로감독)는 고 오요안나 캐스터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인정하면서도 ‘프리랜서’로 보아 근로기준법상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 냈습니다. 반면 노동위원회는 이번에 동료 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인정했습니다.

이런 엇갈림이 가능한 이유는 노동자성 판단이 사안별 종합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업무 지휘·감독의 정도, 근무 시간·장소의 구속성, 보수의 성격(노무 대가인지), 다른 업무 겸직 가능성 등 여러 지표를 개별 사건의 증거에 따라 따지기 때문에, 같은 직군이라도 제출된 증거와 판단 기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판정이 확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MBC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이후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어 최종 결론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면 — 체크리스트

이번 판정에서 일반화할 수 있는 실무 포인트입니다.

  1. 기록이 전부입니다. 업무 지시·질책·승인 요구가 담긴 메신저 대화, 회의 참석 기록이 노동자성 입증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2. 출퇴근 시간·장소가 정해져 있고, 업무 수행 방식까지 회사가 정한다면 ‘무늬만 프리랜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3. 복장·SNS 등 업무 외 영역까지 통제받았다면 그 역시 종속성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4. 계약 종료 시 서면 통지가 없었다면,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함께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 MBC의 재심·행정소송 여부와 그 결과
  • 고 오요안나 캐스터 사건 관련 후속 논의 — 유족 측은 사내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28일간 단식 농성을 한 바 있습니다
  • 이번 판정 논리가 다른 방송사 프리랜서 사건으로 확산되는지 — 최 씨를 대리한 노무사는 “이번 판정이 방송사 비정규직 전반에 같은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