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이면 된다던 인공 태양, 30년으로 — 한국 부담은 7566억에서 2조9495억이 됐다

핵융합 실험로를 표현한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한국이 참여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의 기간이 당초 13년에서 30년으로 늘고, 한국이 부담하는 사업비도 7566억원에서 2조9495억원으로 약 4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왜 중요? 늘어난 비용의 대부분은 현금 분담금입니다. 1430억원이던 현금 분담금이 1조9657억원으로 약 14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실제 연료를 쓰는 본격 운전은 2039년에야 시작됩니다.
  • 핵심 숫자/일정: 사업 기간 2004~2034년, 한국 분담률 9.09%, 본격 운전 2039년.

무슨 일이 있었나

ITER는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핵융합 원리를 지상에서 구현하기 위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짓고 있는 세계 최대 핵융합 실험 시설입니다. 수소를 섭씨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뒤 강력한 자기장으로 가둬 원자핵을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도넛 모양 장치인 토카막이 핵심입니다.

한 나라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여서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7개 주체가 함께 참여합니다. 부지를 제공한 EU가 건설비의 약 45.5%를 맡고 나머지 6개 회원이 각각 약 9.1%씩 나눠 냅니다. 현금뿐 아니라 각자 맡은 핵심 장치를 만들어 보내는 현물 방식으로도 분담합니다. 한국은 진공 용기 일부와 초전도 도체 등을 제작해 왔습니다.

문제는 시간과 돈입니다. 한국은 2003년 ITER에 합류한 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13년 동안 756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1430억원은 현금, 나머지 6136억원은 국내에서 장치를 만들어 보내는 현물 분담이었습니다. 그러나 설계 변경과 부품 결함 및 수리, 조립 지연이 잇따르면서 사업 기간은 2020년으로, 다시 2025년으로, 지금은 2034년으로 세 차례 늘었습니다. 13년이던 기간이 30년이 된 것입니다.

사업비도 함께 불어났습니다. 한국이 부담하는 금액은 7566억원에서 2조9495억원으로 약 4배가 됐습니다. 특히 현금 분담금은 1430억원에서 1조9657억원으로 약 14배 늘었고, 국내에서 장치를 개발·제작하는 현물 분담 비용은 6136억원에서 9838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전체가 4배 늘어나는 동안 현금이 훨씬 가파르게 증가한 것입니다.

숫자로 보는 ITER와 한국의 부담

항목 최초 계획 현재
사업 기간 2004~2017년(13년) 2004~2034년(30년)
한국 사업비 7566억원 2조9495억원
현금 분담금 1430억원 1조9657억원
현물 분담 6136억원 9838억원
항목 내용
참여 주체 한국·미국·EU·중국·일본·러시아·인도 등 7개
분담 구조 EU 약 45.5%, 나머지 각 약 9.1%(한국 9.09%)
한국이 만든 것 진공 용기 9개 섹터 중 4개, 초전도 도체, 전원 공급 장치 등
국내 기업 수주 약 1조원 규모(정부 설명)
목표 성능 50MW를 넣어 그 10배인 500MW 열출력, 전기 생산은 하지 않음
본격 운전 2039년(당초 2035년)

배경 — 2034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주의할 점은 2034년이 모든 실험이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ITER의 최신 계획에서 2034년은 연구 운전을 시작하는 시점이고,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실제 연료로 쓰는 본격적인 핵융합 운전은 2039년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애초 목표였던 2035년보다 4년 늦어졌습니다.

ITER 자체는 전기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융합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실제로 전기를 만드는 실증로와 상용 발전소를 개발하는 단계가 남아 있습니다.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일찍부터 지적됐습니다. 한국이 ITER 공동 이행 협정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은 것은 2007년인데, 당시 정부는 건설 단계 부담을 8767억원가량으로 설명했고 운영과 방사능 감쇄, 해체까지 포함하면 약 1조6000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지금 정부가 관리하는 사업비만 2조9495억원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09년 분석에서 설계 변경과 원자재 가격, 환율에 따라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사업비가 비준 당시 금액보다 20% 이상 늘면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부와 연구계는 늘어난 비용만으로 사업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은 진공 용기 섹터와 초전도 도체, 전원 공급 장치 같은 핵심 장치를 직접 만들며 기술을 쌓았고, 진공 용기 9개 섹터 가운데 4개를 맡았습니다. 국내 기업이 ITER 국제기구와 다른 회원국에서 따낸 수주도 1조원 규모라는 것이 정부 설명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의 분담률 9.09% 자체는 달라지지 않아 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를 다시 받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는 기간과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난 만큼 국회가 적정성을 다시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TER 건설이 늦어지는 사이 경쟁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고온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핵융합로의 크기를 줄이려는 민간 기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소형 핵융합로의 핵심인 고온초전도 자석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한정된 연구 자원과 예산을 어디에 투자할지 논의하는 국가 차원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ITER 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12년간 활동한 최원호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사업이 지연됐다고 해서 쓸데없는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이미 상당한 재원을 넣은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설계·건설 단계에 더 많은 인력을 보내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고, 가동 이후 운영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한 사람: 한국이 부담하는 ITER 사업비는 2조9495억원으로, 처음 계획의 약 4배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 부담의 적정성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정부는 분담률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핵융합 발전을 기다리는 사람: ITER에서 실제 연료를 쓰는 운전은 2039년 시작됩니다. 여기서 가능성을 확인한 뒤에도 실증로와 상용 발전소라는 단계가 남아 있어, 핵융합 전기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 있는 사람: 대형 국제 공동 프로젝트와 민간 소형 핵융합 개발 중 어디에 자원을 배분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ITER는 전기를 만드나요?
만들지 않습니다. 50MW를 투입해 500MW의 핵융합 열 출력을 내는 것이 목표이며, 실제 전기 생산은 이후 실증로와 상용 발전소의 몫입니다.

Q. 왜 이렇게 늦어졌나요?
전례 없는 규모의 장치여서 설계 변경과 제작 난도가 컸고, 부품 결함과 수리, 조립 지연이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도 겹쳤습니다.

Q. 한국은 손해만 본 건가요?
정부와 연구계는 진공 용기 섹터 4개 제작 등 핵심 장치를 직접 만들며 기술을 축적했고 국내 기업 수주도 1조원 규모라는 점을 들어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 부담의 적정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 국회가 ITER 재정 부담의 적정성을 다시 검토하는지.
  • 2034년 연구 운전 시작과 2039년 본격 운전 일정이 지켜지는지.
  • 민간 소형 핵융합 개발 경쟁 속에서 한국의 투자 우선순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