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에선 물에 빠뜨리고 독도에선 굶겨 죽였다 — 섬 집쥐 방제의 빈틈

섬 생태계와 포획틀을 표현한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천연보호구역인 제주 마라도와 독도에서 집쥐(시궁쥐)를 방제하면서, 잡은 개체를 물에 빠뜨려 죽이거나 포획틀 안에서 굶어 죽도록 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국일보가 16일 보도했습니다.
  • 왜 중요? 담당 기관들은 보호 대상 조류와 생태계 보전,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익사와 아사가 동물보호법과 야생생물법상 학대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 핵심 숫자/일정: 마라도에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억3775만원을 들여 526마리 포획, 독도 올해 방제 예산 9700만원.

무슨 일이 있었나

마라도에서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억3775만원을 들여 집쥐 방제를 벌여 526마리를 잡아 죽였습니다. 방제사업 보고서를 보면 2023년과 지난해에는 잡은 집쥐를 현장에서 익사시켰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반면 2024년 보고서에는 이산화탄소 같은 호흡 마취제 시설에 넣어 마취한 뒤 안락사시켰다고 적혀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 이어진 사업인데도 연도에 따라 죽이는 방식이 달랐던 것입니다.

독도에서는 2024년부터 본격적인 방제가 시작됐습니다. 올해 사업 예산은 9700만원이며, 독도에는 집쥐 100~150마리가 사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포획틀에 잡힌 집쥐가 굶어 죽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절에 따라 한 달에 한두 차례만 현장을 방문하다 보니 포획틀에 걸린 개체 대부분이 이미 죽어 있다는 것입니다. 죽은 개체는 수거해 소각하고 있습니다.

마라도의 집쥐 방제는 2023년 섬에서 고양이 45마리를 반출한 뒤 이어진 사업이기도 합니다.

쟁점 — 죽이는 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한국일보가 제주도와 대구지방환경청에 방제의 법적 근거를 묻자, 제주도는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자연유산법)을, 대구지방환경청은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보전에 관한 특별법(도서생태계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두 기관이 제시한 조항에는 집쥐를 죽이는 행위나 그 방법이 명시돼 있지 않았습니다.

자연유산법은 자연유산 보존에 필요한 긴급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시행령은 천연기념물인 동식물의 질병 감염이나 개체 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동식물을 포획·채취하는 행위를 규정합니다. 다만 잡은 동물을 죽이는 방법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도서생태계법은 특정도서에서 야생동물의 포획과 살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자연유산법 등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는 예외로 둡니다. 여기에도 죽이는 방법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집쥐의 법적 지위도 애매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집쥐는 야생생물법상 유해야생동물이 아닙니다. 한국일보의 의뢰로 검토한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와 박주연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앤알 이사는 방제의 근거로 감염병예방법과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들 수 있다고 봤습니다. 감염병예방법은 지자체장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쥐 구제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시행규칙은 쥐약을 소독 방법의 하나로 제시합니다. 다만 두 섬에서는 다른 동물의 피해를 우려해 쥐약 대신 포획틀을 쓰고 있어, 이 법들의 적용 요건에 맞는지는 따로 따져 봐야 합니다.

두 변호사는 포획 자체가 정당화되더라도 익사와 아사라는 방법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집쥐는 포유류여서 동물보호법상 동물에 해당하고, 독도처럼 야생에 사는 쥐라면 야생생물법상 야생동물에도 해당합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죽이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통과 공포,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죽여야 할 때도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규정합니다. 야생생물법도 정당한 사유 없이 야생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학대를 금지하며, 고의로 먹이나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를 학대에 포함합니다.

한 변호사는 익사나 아사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며, 방제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실제 죽이는 과정이 학대에 해당하는지는 따로 판단해야 하고 구체적인 행위와 고의가 확인되면 처벌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마라도에서 마취제를 이용한 안락사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익사와 아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숫자로 보는 섬 집쥐 방제

항목 마라도 독도
사업 시작 2023년 2024년
예산 2023년~지난해 2억3775만원 올해 9700만원
처리 규모 526마리 포획 후 죽임 서식 개체 100~150마리 추정
죽이는 방식 2023년·지난해 익사, 2024년 마취 안락사 포획틀에서 굶어 죽는 경우가 많음
법적 근거로 제시된 법 자연유산법 도서생태계법
관리 주기 계절에 따라 월 1~2회 방문

배경 — 왜 섬에서 쥐를 잡나

섬에서 집쥐를 방제하는 이유는 새 때문입니다. 마라도는 뿔쇠오리 같은 보호 대상 조류의 서식지이고, 쥐는 알과 새끼를 노립니다. 담당 기관들은 조류와 생태계 보전,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방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쥐약을 쓰지 않고 포획틀을 택한 것도 다른 동물이 약을 먹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포획까지는 목적이 분명한데, 잡은 뒤 어떻게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현장에서 방식이 제각각이 됐습니다. 마라도에서는 같은 사업인데도 연도마다 익사와 안락사가 오갔고, 독도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방문하는 사이 개체가 굶어 죽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두 기관 모두 죽이는 방식의 적절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동의했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내년 방제 사업 때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대구지방환경청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참고할 기준도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펴낸 실험동물운영위원회 운영 가이드라인은 익사를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분류합니다. 방제에 곧바로 적용되는 지침은 아니지만, 포획한 동물을 죽이는 방식을 검토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으로 꼽힙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 유해생물 방제라는 목적과 그 방법의 적법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포획 이후의 처리 기준이 없다는 것이 이번 보도의 핵심입니다.

섬 생태계에 관심 있는 사람: 고양이를 반출한 뒤 쥐 방제로 이어진 마라도의 사례처럼, 섬 생태계는 한 종을 건드리면 다른 종의 문제가 뒤따르는 구조입니다.

공공사업을 지켜보는 시민: 마라도 2억3775만원, 독도 9700만원의 예산이 쓰이는 사업이지만, 죽이는 방법에 대한 기준과 기록은 연도마다 달랐습니다. 사업 설계와 보고 체계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집쥐는 유해야생동물인가요?
아닙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집쥐는 야생생물법상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지 않습니다.

Q. 방제 자체가 불법이라는 뜻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예방법 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두 섬의 사업이 그 요건에 맞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하고, 포획이 정당하더라도 익사·아사라는 방식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Q. 기관들은 어떻게 하겠다고 했나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내년 사업에서 죽이는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대구지방환경청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 내년 마라도 방제 사업에서 처리 방식이 바뀌는지.
  • 독도 포획틀 관리 주기가 조정되는지.
  • 포획한 동물을 죽이는 방법에 대한 기준이 법령이나 지침으로 정리되는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