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는 있고 교사는 없다 — 생텍쥐페리 고교에서 시작된 프랑스 고교생 시위, 하루 25만 명이 거리로

프랑스 고교생 교육 개선 시위를 나타낸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프랑스에서 교사 부족, 과밀 학급, 낡은 학교 건물에 항의하는 고교생 시위가 9월 파리 외곽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했습니다. 6일에는 학부모·교사·노조·대학생까지 가세해 정부 추산 25만6000명, 노조 추산 45만 명 이상이 거리에 나섰습니다.
  • 왜 중요? 고등학생 노조는 전국 고등학교의 절반 이상이 봉쇄되거나 휴교했다고 밝혔습니다. 충돌 과정에서 15세 학생이 진압용 수류탄에 손을 잃는 중상을 입으면서 분노가 더 커졌습니다.
  • 핵심 숫자/일정: 6일 참가자 25만6000명(파리 5만6000명), 체포 488명, 청소년 부상 최소 215명, 기소 절차 1800명 이상(미성년자 1483명), 개선안 제출 기한 10월 말.

무슨 일이 있었나

발단은 파리 남동쪽 교외의 한 고등학교였습니다. 이름은 ‘어린 왕자’의 작가 이름을 딴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입니다. 프랑스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데, 이 학교에는 주요 과목 교사가 대거 배치되지 않아 수십 시간의 수업이 통째로 취소됐습니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앞둔 고3 학생들조차 수학 등 주요 과목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교사들이 인력 부족에 항의해 파업에 들어가고 학생과 학부모가 동참하면서 문제가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다른 학교 학생들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틱톡과 엑스(X)에 학교 모습을 찍어 올리며 ‘분노한 고교’라는 뜻의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고, 시위는 생드니·오베르빌리에 등 파리 북부 교외를 거쳐 전국으로 번졌습니다.

숫자로 보는 프랑스 고교생 시위

항목 내용
6일 전국 참가자 정부 추산 25만6000명, 노조 추산 45만 명 이상
6일 파리 참가자 5만6000명, 공화국광장~나시옹 약 3.5km 행진
6일 체포·부상 488명 체포, 진압 대원 48명 부상
누적 부상(총리 발표) 청소년 최소 215명, 학교 임직원 85명, 경찰 700명 이상
기소 절차(5일 기준) 1800명 이상, 이 가운데 미성년자 1483명
봉쇄·휴교 전국 고교 절반 이상(고등학생 노조 발표)
대체 교사 없어 사라진 수업 2024~25학년도 약 1540만 시간

학생들은 무엇에 분노하나

교사가 없다. 중·고등학교 교원노조 조사에서는 전국 중·고교의 절반 넘는 곳이 교사가 최소 한 명 부족한 채 새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교육부는 조사 방식에 이견을 냈지만 교원 공백과 대체 교사 부족으로 수업이 사라지는 문제 자체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 환경, 업무 부담이 거론됩니다.

학교가 낡았다. 학생들은 낡은 화장실, 천장 누수, 오래된 책상과 의자, 부족한 교육 장비를 호소합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쥐와 바퀴벌레, 빈대 문제까지 제기됐습니다. 2026년 여름 폭염 때는 냉방·환기 시설이 부족한 교실 온도가 35~40도까지 오르는 일이 잦았습니다.

입시가 공정하지 않다. 2018년 마크롱 정부는 추첨에 의존하던 옛 대입 지원 제도를 없애고 ‘파르쿠르쉬프’를 도입했습니다. 대학이 바칼로레아 성적뿐 아니라 고교 3년 성적, 교사 의견, 지원 동기를 함께 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프랑스 감사원 조사에서 일부 대학·학과가 지원자의 출신 고등학교를 순위 산정에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같은 점수라도 어느 학교 성적이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어서, 인권옹호관과 감사원은 출신 고교 정보 익명화와 평가 기준 투명화를 권고했습니다.

KBS는 이번 시위가 명문 고교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교외 학교에서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파리 안에서도 북동부 18·19·20구 공립고의 봉쇄가 두드러졌습니다. 교육 격차가 대학 입시와 이후의 삶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라는 분석입니다.

정부의 대응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의원들에게 이번 사태를 두고 교육 현장이 수십 년 만에 치른 가장 무거운 대가라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6일 총리와 주요 장관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었고, 총리는 교사 보충,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일과 시간 재검토, 점심시간 연장 등 학생들의 주요 요구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낡은 학교 건물 수리 방안도 검토해 10월 말까지 1차 제안서를 내라고 했습니다.

인권·학생·학부모 단체는 당국이 미성년자에게 과도한 공권력을 쓴다고 비판합니다. 정부는 시위가 외부 세력에 오염돼 일부 지역에서 도심 폭력으로 변질됐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재원이 걸림돌입니다. 프랑스는 저성장 속에서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고,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때 24년 만의 최고치인 5%를 넘었습니다. 2024년 의회 선거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여권 연합이 과반을 잃은 뒤로는 예산안 통과도 쉽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번 시위가 통제 불능의 이민 정책 때문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는 학생들의 요구가 종교·이민과 무관하게 교원 부족과 예산 문제에 집중돼 있고, 극우 국민연합조차 시위를 이민 정책과 연결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학부모라면 교사 공백이 수업권과 입시 기회로 곧장 이어진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입니다.

프랑스 여행·유학을 앞뒀다면 파리 등 대도시에서 대규모 행진과 일부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 일정과 장소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육 정책에 관심이 있다면 출신 학교 정보를 입시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프랑스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프랑스 감사원과 인권옹호관의 익명화 권고가 실제 제도 변경으로 이어지는지 볼 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위는 언제 시작됐나요?
A. 9월 새 학기 직후 파리 남동쪽 교외 생텍쥐페리 고등학교에서 교사 부족으로 수업이 취소되면서 시작됐습니다.

Q. 파르쿠르쉬프가 뭔가요?
A. 2018년 도입된 프랑스의 대입 지원 시스템입니다. 바칼로레아 성적 외에 고교 성적·교사 의견·지원 동기 등을 함께 평가합니다.

Q. 정부는 무엇을 약속했나요?
A. 총리가 교사 보충, 일과 시간 재검토, 점심시간 연장, 노후 건물 수리 방안을 지시했고 10월 말까지 1차 제안서를 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첫째, 10월 말 정부가 내놓을 1차 제안서의 내용과 재원 마련 방안입니다. 둘째, 미성년자 기소와 과잉 진압 논란이 어떻게 정리되는지입니다. 셋째,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이번 시위가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입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