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으면 7년간 준다던 돈이 4년 만에 끊긴다 — 인천 천사지원금 폐지, 약속을 믿은 가구가 떠안는 청구서

인천 천사지원금 폐지 권고를 나타낸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인천시 재정예산개혁 태스크포스(TF)가 9월 29일 권고안을 내고, 17세 아동에게 매년 120만원을 주는 천사지원금을 20232026년생에 한해 만 4세까지만 지급한 뒤 끝내라고 했습니다. 임산부 교통비(1인당 50만원)와 아이꿈수당(월 5만원)은 아예 폐지 대상입니다.
  • 왜 문제인가? 이 제도들은 민선 8기 인천시가 ‘아이 낳으면 1억 준다’며 내걸었던 간판 정책입니다. 그 약속을 보고 출산을 결정한 가구가 있는데, 정책이 만들어진 지 몇 년 만에 뒤집히는 셈입니다.
  • 핵심 숫자/일정: 4년간 3749억원 절감 추산, 천사지원금 예산 내년 579억원·2030년 1016억원 전망, 국민의힘 인천시당 “시민에게 부담 전가” 논평.

무슨 일이 있었나

인천시 재정예산개혁TF는 80여 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9월 29일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7월 10일 인천e음 캐시백 중단 등으로 재정 위기가 가중된 가운데 출범한 TF는 외부 전문가와 내부 위원 10명으로 구성됐습니다.

권고안의 핵심은 현금성 지원 사업의 대대적 축소입니다.

  • 임산부 교통비(1인당 50만원, 연 90억원): 2027년부터 폐지
  • 아이꿈수당(2016년생, 월 5만원): 내년부터 폐지, 139억원 절감
  • 천사지원금(17세, 연 120만원): 20232026년생만 만 4세까지 지급 후 일몰
  • i+집드림 1.0 대출 이자 지원: 이미 선정된 대상자까지만, 신규 중단
  • 천원복비, 천원행복기금, 미혼남녀 만남 지원사업 등도 폐지 대상

TF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3749억원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숫자로 보는 사라지는 지원

사업 현행 권고
천사지원금 1~7세 매년 120만원 2023~2026년생만 만 4세까지, 이후 일몰
임산부 교통비 1인당 50만원 2027년 폐지
아이꿈수당 월 5만원 내년 폐지
i+집드림 1.0 출생가구 주담대 이자 지원 신규 중단
4년간 절감액 — 3749억원

천사지원금은 원래 만 7세까지 확대될 예정이었습니다. 7년간 받으면 840만원인데, 만 4세에서 끊기면 한 아이당 받는 돈이 절반 가까이 줄어듭니다. 게다가 2027년 이후 출생아는 아예 대상에서 빠집니다.

왜 뒤집혔나, 그리고 왜 문제인가

TF의 설명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재정입니다. 천사지원금 예산은 현재 구조대로면 내년 579억원, 2030년 1016억원으로 급증합니다. 둘째, 중복입니다. 정부가 2027년 1월 1일생부터 적용하는 지원 사업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송현석 TF 단장은 “종전에 지원받거나 받을 것으로 예상한 분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만 4세까지 지원해 수혜 공백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에는 빠진 것이 있습니다.

첫째, 약속의 문제입니다. 이 사업들은 모두 민선 8기가 만든 ‘인천형 출생 정책’입니다. 시가 먼저 조건을 내걸고 시민이 그 조건을 보고 출산이라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을 했습니다. 경기일보는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출생 가구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며, 정책 변경 이유와 시점을 적극 알려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짚었습니다. 앞서 경기도가 산후조리비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자 출생 가구들이 폐지 반대 청원 등 집단 반발한 전례도 있습니다.

둘째, 재정난이 시민 탓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9월 30일 논평에서 “시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고 시민이 내야 할 돈을 늘리면서 ‘재정 개혁’이라고 포장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닌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권고안에는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요금의 단계적 인상까지 담겨 있습니다. 복지는 줄고 요금은 오르는 구조입니다. 시당은 “시민에게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라 할 것이 아니라 시장이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했습니다.

셋째, 신뢰의 문제입니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복지 대상들이 예상치 못하고 대체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중단하는 것은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자체가 내건 출산 유인책이 몇 년 만에 사라진다면, 앞으로 어떤 지자체가 어떤 약속을 해도 믿기 어려워집니다.

돈이 없다면서 새 현금 사업을 만든다

권고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시는 절감 재원의 절반 수준인 1778억원으로 고교생 대상 ‘인천청소년적금(가칭)’을 신설할 방침입니다. 고등학생이 매월 5만원을 저금하면 시가 5만원을 더해 주고, 최장 3년 저금하면 이자 7.2%를 붙여 최대 400만원까지 쌓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영유아 가구에서 걷어 고교생에게 주는 셈입니다. 재정이 어려워 현금성 사업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와, 그 돈으로 다른 현금성 사업을 새로 만든다는 결정이 같은 권고안에 들어 있습니다. 어느 세대를 지원할지는 정책 판단이지만, ‘재정난’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이 선택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날 나온 다른 숫자

인천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출산 지원을 끊는 사이, 중앙정부는 올해 국세가 당초 예상보다 63조2000억원 더 걷힌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세와 지방재정은 다른 주머니이지만, 무관하지도 않습니다. TF 스스로 지방교부세 법정률을 19.24%에서 22%로 올리고, 국가 정책 확대 시 국비를 우선 부담하라는 등 7개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중앙이 돈을 더 내려보내지 않으면 지방은 시민 복지를 깎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인천에서 2023~2026년에 아이를 낳았다면 천사지원금은 만 4세까지만 받고 끝납니다. 원래 예상했던 만 7세까지의 3년치가 사라집니다.

2027년 이후 출산을 계획한다면 천사지원금 자체가 없습니다. 임산부 교통비 50만원도 2027년부터 폐지됩니다. 정부의 2027년생 대상 지원 사업이 이를 대신한다는 것이 TF의 설명이지만, 그 사업의 구체적 내용은 이번 기사들에 실리지 않았습니다.

i+집드림 1.0 대출을 신청하려 했다면 신규 지원이 중단됩니다. 이미 선정된 사람만 계속 받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것이 TF의 ‘권고’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일보는 시가 권고안에 따라 현금성 사업 상당수를 중단·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종 확정은 시의 결정과 시의회 예산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다만 TF가 시장 직속으로 운영됐고 시가 절감 재원의 용처까지 이미 정한 만큼, 권고가 그대로 이행될 가능성은 낮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미 받고 있는 천사지원금은 바로 끊기나요?
A. 아닙니다. 20232026년생은 만 4세까지 계속 받습니다. 끊기는 것은 만 57세 구간과 2027년 이후 출생아입니다.

Q. 왜 하필 출산 지원부터 줄이나요?
A. TF는 국가 정책과의 중복성과 효율성 등 6대 정비원칙으로 현금성 사업을 평가했고, 민선 8기 출생 정책이 중앙정부 사업과 겹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폐지 대상이 모두 출산·양육 지원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Q. 시민이 반대하면 막을 수 있나요?
A. 최종 결정은 시와 시의회 몫입니다. 경기도 산후조리비 중단 때는 폐지 반대 청원 등 집단 반발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첫째, 인천시가 권고안을 얼마나 그대로 2027년 본예산에 반영하는지입니다. 둘째, 천사지원금을 받다가 끊기는 가구와 2027년 이후 출생 가구에 대한 설명과 대안이 나오는지입니다. 셋째, TF가 정부에 건의하라고 한 지방교부세 상향이 실제로 논의되는지입니다. 이것이 안 되면 다음 순서는 다른 복지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