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면 몸속에서 사흘 일하고 녹는 배터리 — 돼지 위에서 1.45V를 지켜냈다

삼키는 생체 흡수성 종이 배터리를 나타낸 이미지

한눈에 요약

  • 무슨 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의대 등 공동 연구진이 마그네슘과 삼산화몰리브덴으로 만든 생체 흡수성 배터리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엔지니어링’에 발표했습니다.
  • 왜 중요? 몸속에 넣는 의료기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에서 전해질이나 금속이 새어 나와 조직을 손상시킬 위험이었습니다. 이 배터리는 일정 기간 작동한 뒤 서서히 분해됩니다.
  • 핵심 숫자/일정: 지름 7.5mm, 전압 약 1.77V(최대 1.84V), 돼지 위에서 3일 뒤에도 약 1.45V 유지, 그렐린 농도 평균 36.3% 증가.

무슨 일이 있었나

약처럼 삼키면 몸속에서 의료기기를 작동시킨 뒤 서서히 분해되는 배터리가 개발됐습니다.

MIT와 하버드의대 등의 공동 연구진은 마그네슘과 삼산화몰리브덴으로 만든 생체 흡수성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엔지니어링에 최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배터리를 넣은 캡슐을 돼지에게 투여해 제대로 삼켰는지 무선으로 확인하고, 위에 전기 자극을 가해 식욕 관련 호르몬 분비를 변화시키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재료부터 바꿨다

삼키거나 몸속에 넣는 전자기기는 실시간 건강 측정이나 약물 전달 같은 치료용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배터리의 생체 적합성과 안전성이 한계로 꼽혀 왔습니다. 일반적인 리튬이온·알칼리 배터리는 손상될 경우 전해질이나 금속 성분이 새어 나와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피하려고 구성 재료부터 바꿨습니다.

  • 음극: 몸속에서 분해되는 마그네슘 합금
  • 양극: 삼산화몰리브덴과 셀룰로오스 나노섬유를 섞어 종이처럼 얇게 제작
  • 표면: 밀랍 등 천연 왁스로 감쌈

왁스로 감싼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강한 위산에 닿자마자 배터리가 망가지는 것을 막고, 일정 기간 작동한 뒤 서서히 분해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숫자로 보는 성능

항목 측정값
배터리 지름 7.5mm(대형 젤라틴 캡슐에 들어가는 크기)
기본 전압 약 1.77V
고출력형 전압 최대 1.84V
돼지 위 3일 뒤 전압 약 1.8V → 약 1.45V
RFID 신호 수신 거리 1.5m
그렐린 농도 증가(3마리 평균) 36.3%(최대 약 50%)
위액에서 전극이 녹기 시작하는 시점 2주 안
전체 구조 완전 분해 수개월

두 가지 실험

첫째, 약을 먹었는지 확인하기. 연구진은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었는지 확인하는 무선인식장치(RFID)를 이 배터리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캡슐 속에 배터리와 RFID 태그를 함께 넣어 돼지 식도로 내려보냈는데, 1.5m 떨어진 외부 수신기에서도 신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캡슐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신호 세기가 약 10dB 떨어지는 변화를 이용해, 실제로 삼켰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둘째, 위를 전기로 자극하기. 배터리가 든 캡슐을 돼지 위에 넣고 20분 동안 위벽을 전기 자극한 결과,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인 그렐린의 혈중 농도가 돼지 세 마리에서 평균 36.3% 증가했습니다. 최대 증가 폭은 약 50%였습니다. 삼키는 캡슐만으로 위를 일시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실험입니다. 약이 아닌 전기 자극으로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장치를 ‘전자약’이라고 부릅니다.

아직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연구진이 직접 선을 그은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생체흡수성’이라는 표현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분해된 물질을 몸이 생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또 몸속에서 즉시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위액에 배터리를 담근 실험에서 2주 안에 보호층이 벗겨지고 전극이 녹기 시작했으며, 전체 구조가 완전히 분해되는 데는 수개월이 걸렸습니다.

둘째, 이번 결과는 암컷 요크셔 돼지 10여 마리에 적용한 전임상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사람의 위에서는 음식물과 위산 농도, 점액, 장 운동 등이 배터리의 작동 시간과 분해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에게 미치는 영향

당장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전임상 단계 연구이므로 사람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추가 검증과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특정 치료법을 권하거나 효과를 보장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복약 확인과 체내 측정입니다. 약을 제대로 먹었는지 확인하는 장치는 만성질환 관리나 임상시험에서 필요성이 큰 영역입니다. 지금까지는 배터리 안전성 때문에 체내 체류 시간이 긴 장치를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배터리 기술 관점에서는 ‘오래 쓰는 배터리’가 아니라 ‘정해진 기간만 쓰고 사라지는 배터리’라는 방향이 흥미롭습니다. 3일 작동 후 수개월에 걸쳐 분해되는 설계는 일반 전자기기와는 정반대의 요구 조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터리를 삼켜도 안전한가요?
A. 이번 연구는 돼지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안전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중의 일반 배터리를 삼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Q. 1.77V면 어디에 쓸 수 있나요?
A. 연구에서는 RFID 태그 작동과 20분간의 위벽 전기 자극에 사용됐습니다. 전력이 더 필요한 기기를 위해 최대 1.84V를 내는 배터리도 함께 제작됐습니다.

Q. 그렐린 수치가 늘어난 게 왜 의미가 있나요?
A. 그렐린은 식욕과 관련된 호르몬입니다. 삼키는 캡슐로 위를 자극해 호르몬 분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실험이며, 특정 질환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

첫째,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검증이 언제 시작되는지입니다. 연구진은 사람의 위에서 음식물·위산 농도·점액·장 운동이 작동 시간과 분해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둘째, 복약 확인용 RFID 캡슐이 실제 의료기기로 개발되는지입니다. 셋째, 3일보다 긴 체류 기간이 필요한 용도로 확장될 수 있는지입니다.

참고 자료